노동과 세계/노동과 세계

노동조합에 대한 시각을 확 바꾸자

뚝배기92 2010. 1. 13. 17:05

세상에 노동운동을 이렇게 혐오하는 나라가 없다.

하종강소장이 경향신문에 실은 글이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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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의 설문 조사여서 충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 열 명 중 한 명밖에 안된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 원인을 과격한 투쟁 방식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식민지 40년, 분단 60년, 군사독재 30년이라는 비정상적 근대화 과정 속에서

소수 노조의 격렬한 생존권 투쟁과 정치적 의제 관련 활동을

정부와 언론이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조성된 ‘감(感)’에 지나지 않을 뿐,

객관적 자료들은 한국 노동운동이 과격하거나 투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로, 한국 노동조합들 중에서 98%는 단 한 시간의 파업도 없이 매년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을 마무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 29위,

임단협 적용률 29위,

비준한 국제노동협약 개수 28위,

공적사회복지 지출 24위(24개국 중) 등

최근 몇 년간 노사형평성이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기업에 비해 노동조합의 힘이 현저하게 약한 처지에 있으니

연간 노동시간 1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성별 임금격차 1위,

인구 10만명당 산재 사망자수 1위 등의

처참한 기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중략...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산별노조와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지 않는

기형적 노동법 개정은 매우 후진적이다.

우리보다 노동조합의 힘이 몇 배나 강한 나라에서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예는 없다.

“역사가 퇴행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을 ‘노사관계 선진화’라고 포장하는 것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더 많이 조직하고 힘을 더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한다.

기업들이 조금 편해지는 것이 곧 ‘국익’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