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1
봄눈에 대한 단상
2010년 3월 21일
하루종일 하늘이 무겁더니, 오후에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눈이 내렸다.
봄비가 아니고, 봄눈이 내렸다.
퍼붓는 기세가 온 세상을 뒤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폭설이었다.
3월중순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보통 봄에 내리는 눈은 양도 많지 않지만,
봄의 기운에 짓눌려 땅에 몸을 뉘어볼새도 없이 녹아버려
봄눈과 봄비사이에서 자기생명력을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오늘 내린 눈은 그 기세가 달랐다.
봄을 뒤엎고, 겨울을 다시 불러들이는 반혁명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겨울의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봄눈은 아름다웠다.
눈발도 굵었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은 말그대로 눈꽃이었다.
눈의 꽃.
그 유혹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카메라를 들고 이른 퇴근을 재촉했다.
봄의 눈은 아름다웠으나, 때를 잘못만난 눈은 곧 부질없이 녹아 내렸다.
때를 잘못만난 혁명처럼, 맥없이 스러져갔다.
아름다움의 유혹에 빠져, 섯부르게 들이대지 않고
정확히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봄눈은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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