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노동과 세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내하청

뚝배기92 2010. 2. 3. 10:10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내하청]

노동자 5명중 1명이 ‘사내하청’

노동부 ‘300명 이상 사업장’ 실태조사서 확인

원청노동자보다 6배 넘게 고용한 사업장도…

노동자들 저임금·해고 노출

 

 

300명 이상을 고용한 국내 대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사내하청 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고용’의 하나인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업체 정규직에 비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할 뿐 아니라 고용도 불안정해, 사내하청 확산에 따른 노동조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현황’ 자료를 보면, 2008년 고용보험에 등록된 300명 이상 사업장 963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68만5995명 가운데 36만8590명(21.9%)이 사내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 노동부 실태조사를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가장 많았다. 현대중공업 1만9800명, 삼성중공업 1만5320명, 대우조선해양은 1만4000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이는 각각 원청업체 노동자에 견줘 79%, 147%, 1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작업 물량이 크게 달라져, 적정 인원을 제외하고는 사내하청업체에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푸드(원청 1100명)는 4300명, 삼성에버랜드(〃 670명)는 3194명, 커피빈코리아(〃 420명)는 1182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원청 노동자가 933명인 데 반해 사내하청은 6112명이나 됐다.

 

이처럼 사내하청 노동자가 늘면서, 지난 3일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던 한 청소용역 노동자가 재계약에 실패하자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등 사내하청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노동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자동차 업종의 경우 하청 노동자가 원청 노동자에 견줘 월 노동시간은 1.1배이지만, 총급여액은 51.7%에 그치는 등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비정규직법 파동 직후, 당시 이영희 장관의 지시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지침 제정을 추진했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유야무야된 상태다. 홍희덕 의원은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사내하청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간접고용의 남용을 막는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이완 남종영 기자 <한겨레 1월19일>

  

☞사내하청

형식상으론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지만 일은 원청업체에서 하는 고용형태다.

원청업체는 근로기준법상 의무는 지지않고 임금을 더 낮출 수 있으며, ‘도급계약 해지’라는 방법으로 손쉽게 하청업체 노동자를 해고 할 수 있다.

 

 


 

 

인천공항 비행기는 ‘하청 노동자’가 띄운다

공사직원 6900여명중 6000명 비정규직

환경미화·보안요원 등 3년마다 ‘고용불안’

“공사 기간제면 정규직 전환 꿈이라도 꾸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잡힌 300명 이상 사업장 36만8590여명 외에 중소규모 사업장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계약은 하청업체와 맺지만 일은 원청업체에서 하면서 불리한 근로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공항 직원’이 아니라 ‘영종도 직원’이라고 말한다. 탑승교를 비행기에 연결하는 운전기사도, 비행기에 짐을 싣는 노동자도, 엑스선으로 보안검색을 하는 요원도 법적으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식 직원이 아니다. 이들은 “영종도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다.

 

■ 하청노동의 계류장 18일 비행기가 계류장으로 들어오자 김인국(가명)씨는 조이스틱을 조종해 탑승교를 움직였다. 그가 비행기 문을 연결하자, 승객들은 연결통로를 통해 게이트로 쏟아져 나왔다. 탑승교는 승객이 게이트에서 비행기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도록 설치된 구름다리 형태의 연결통로다.

 

비행기가 엔진을 끄고 나서야 그는 몸을 녹일 수 있었다. 비행기가 없을 때 탑승교 운전 노동자들이 대기하는 공간은 난방이 되지 않는다. 야간조 노동자들이 쉬는 공간도 비좁다. 이들은 매트리스 2장 위에서 3명이 함께 잔다.

 

추위나 ‘칼잠’보다 서러운 것은 3년마다 오는 재계약이다. “공항에서 일한다고 주변에 얘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항이라고 하면 전부 높은 월급을 받는 정규직인 줄 아니까.” 인천공항에서 일한 지 벌써 9년째. 하지만 김씨는 올해 새 업체와 계약을 하고 다시 ‘신입’이 됐다. 노조가 교섭을 벌여 호봉은 인정받았지만, 연차휴가는 19일에서 다시 ‘1년차’인 14일로 줄었다. 그는 “공사에서 기간제로 일하면 2년 뒤 정규직 전환이라도 되지만, 우리에겐 아무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 노동3권의 바깥 “테러 같은 게 나야 우리 존재를 알겠죠.” 박천제(가명)씨는 인천공항 외곽 울타리에서 사람과 짐을 검색하는 특수경비대다. 이들은 경찰이 아닌 민간업체 소속이다. 4년 넘게 공항에서 일한 그는 지난해 6월30일 갑자기 해고됐다. 하청업체가 바뀔 때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업체는 7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5명이 노조 간부였다. 박씨는 “수년을 일했는데도 법으로 보호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으나 각하 결정을 받았다.

 

특수경비대 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에서 노조를 만들다간 거의 해고를 당한다”며 “공사가 다른 업체로 계약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노동의 미래? 인천공항은 개항 때부터 광범위하게 사내하청을 도입했다. 탑승교, 셔틀버스, 터미널 환경미화뿐 아니라, 내·외곽 경비, 보안검색, 소방대까지 민간기업이 하청을 맡고 있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2개 회사로 분리된 경우도 있다. 이들의 수는 현재 42개 업체 6000여명에 이른다고 공사는 밝혔다. 반면 공사 직원은 900여명이다.

사내하청업체는 3년마다 입찰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계는 이런 사내하청 방식이 원청 업체가 법적 책임 없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고용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8년 펴낸 보고서는 “사내하청이 임금비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고, 원청 노조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을 수 있어 사용주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사내하청은 지속적인 노사관계 불안정을 낳을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정과 임금 및 근로조건의 질을 악화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사내하청 공항’이 된 이유는 개항 직전 외환위기가 터져 공항 운영 대부분을 아웃소싱했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아웃소싱 용역비 대부분이 인건비이기 때문에 임금 부분의 직접 삭감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인력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하청의 ‘달콤한 유혹’을 사업주가 피하기는 어렵다. 공사의 2010년 아웃소싱 비용 절감 목표는 446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인천공항 모델’의 확산이 갖는 파급력은 심각하다. 인천공항지역노조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모델이 돼 다른 공항도 모두 사내하청으로 바뀌고 있다”며 “산업 전 부문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원청 감독받으면 ‘파견’ 독립권한 가지면 ‘도급’

 

사내하청(사내하도급) 노동자는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원청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를 말한다. 같은 외주이면서도 원청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과는 구분된다.

노동부는 지난 2007년 지침을 통해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청업체가 채용·해고 등 인사권을 갖고 있는 등 업체 사업주로서 실체가 있어야 하고, 업무지시와 휴가 등 근무 관리, 징계권 등 지휘명령을 할 수 있어야 도급으로 인정된다. ‘독립성’이 없다면 파견으로 보는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를 대통령으로 정하고, 동종 업무 노동자와의 차별을 금지하는 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하청이 사실상 파견처럼 운용되면서 법적 보호는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업체에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와도 구별된다. 이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과의 차별이 금지되고, 2년 뒤에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기간제 계약을 맺더라도 하청업체의 폐업·위장폐업이 잦아 2년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동희오토 노동자의 절규

“해고될라 불만도 쉬쉬…로봇처럼 일만”

 

 

“나는 로봇이다.”

김동호(가명)씨는 자신이 볼트만 끼우는 ‘로봇’ 같다고 했다. 왜 이렇게 사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다고 했다. 일주일 평균 60시간을 일하는 그는 점심 땐 쓰러지기도 한다고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인 김씨는 정규직 생산직이 한 명도 없는 동희오토 공장에서 일한다. 충남 서산시에 있는 동희오토는 지난해 20만6000여대가 팔린 소형 승용차 ‘모닝’을 기아자동차에 납품한 회사다. 공장 라인은 17개 하청업체로 나눠져 있다. 즉 그는 ‘모닝’을 만들지만, 기아차 노동자도 아니고, 동희오토 노동자도 아니다. 그냥 라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로봇’이다.

 

그는 노동부의 사내하청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동희오토의 공장 노동자가 900여명에 이르지만, 정규직 직원은 100여명에 불과해 300명 이상 사업장 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그를 지난 13일 ‘비밀리에’ 서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공장에서 민주노조 운동을 하던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해고됐다고 한다. 사내하청 업체가 폐업하면 다른 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들은 공장에서 퇴출됐다.

 

김씨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반장이 할 얘기 있으면 하라고 하지만,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조 운동을 할 때는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젠 바로 짤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잔업과 특근까지 하지만 한 달 평균 그가 손에 쥐는 돈은 140여만원 정도다. 상여금은 두 달에 한 번 나온다. “자동차 공장 가운데 우리가 시급이 제일 낮다. 현대차는 성과급으로 1000만원 넘게 받았다지만, 우리는 258만원 받았다.”

 

일은 더 고되다. 시간당 42대를 생산하는 동희오토의 라인 속도는 다른 공장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신입 노동자가 두 시간만 일하다 도망간 경우도 있고, 군대를 제대하고 들어온 ‘팔팔한’ 친구도 6개월 뒤면 대부분 무릎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고 그는 말했다.

 

 


 

 

법 허점 노린 ‘위장도급’…노동부는 뒷짐만

정부, 보호지침 만들다 경영계 비판에 유야무야

인권위 노동관계법 개정 권고도 “현행법 안에서”

상시업무 하청계약 금지하고 차별시정 신청권 줘야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사내하청 업체는 일종의 ‘실체 없는 회사’라 할 수 있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거간꾼’일 뿐이다. 물론 노동자의 근로계약서는 하청업체와 체결된다. 하지만 원청업체가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고 싶으면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근로기준법상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의 허점을 노린 이런 계약관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사적계약 자유’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손 놓은 정부 노동부는 지난해 7월 비정규직법 파동 직후, 당시 이영희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하청노동자 고용안정 등을 위해 원청·하청 사용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008년에 실시한 300명 이상 사업장 실태조사(<한겨레> 1월19일치 1면)를 토대로 지난해 하반기에 보호지침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그 뒤 유야무야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익도 없는데 뭐하러 하냐는 비판이 경영계에서 제기돼 중단된 상태”라며 “올해 안에 노사 의견을 들어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새 규제 방안을 내세우기에 앞서 정부가 현행 법을 엄격히 적용하기만 해도 편법적인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부는 몇 가지 사례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지만, 검찰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소하지 않고 있다.

 

반면 법원은 몇몇 대기업의 사내하청에 대해 잇따라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박점규 전국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우선 정부가 사내하청 문제를 주요 노동현안으로 설정하고 광범위한 실태조사 뒤에 불법파견 근절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 강력한 법적 규제 필요 정부가 사내하청 문제를 방치하다보니, 입법적 수단으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현행 법의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자’로 확대하라”고 밝혔다. 또 상시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고, 하청 노동자에게도 차별시정 신청권을 주라고 덧붙였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인권위 권고를 토대로 최근 ‘사내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초안을 마련했다. 법안에는 △상시업무에 대한 사내하청 계약 체결 금지 △사내하청 전환 때 근로자 대표와 협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원청업체 교섭권 인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되면 원청의 사내하청 남용을 줄이고,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와 동등한 근로조건을 갖기 위해 협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홍 의원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협의를 마친 뒤 올해 안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가 너무 앞서간 주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도 편법적인 하청을 불법파견으로 규제할 수 있는 만큼,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노조도 브레이크 걸어야 노조가 ‘좋은 일자리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가 나서 사내하청 도입을 막고 신규 인력수요를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으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특히 파견 노동자 사용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을 중심으로 편법적인 사내하청이 확산되는 추세여서, 이 분야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국금속노조 사업장인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와 케피코 등은 노사가 특별협약을 맺어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량 증가로 신규 채용 수요가 발생할 때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 지난해 금속노조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비정규직의 신규 채용을 규제하는 사업장은 30여곳에 이른다. 노사합의로 해마다 사내하청 노동자 1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타타대우상용차의 사례도 있다. 타타대우 노사는 오는 4월에도 정규직 전환을 시행할 방침이다. / 남종영 기자

 

 

“형식적 연대는 해답안돼 사내하청 자체를 막아야”

기아차 노조 간부된 김영성씨

 

 

“사내하청 자체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영성(42)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직실장은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사내하청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그 역시 2002년 기아차 공장에 들어온 사내하청 노동자다.

 

김 실장은 지난해 사내하청 노동자로서 처음으로 기아차 노조 집행부가 됐다. 정규직 위주의 대공장 노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그는 2005년 기아차에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고, 두 차례나 구속되기도 했다. 원청업체인 기아차도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거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있는 ‘1사 1조직’ 노조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는 2007년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조합의 문을 개방했다. 정규직보다 해고 순위에서 앞서 고용 안정성을 지켜주는 존재인 사내하청 노동자를 껴안은 셈이다.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조합원이 되니까 그래도 최근에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해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사 1조직’이 해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장기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는 아직 정규직 노조와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우리도 ‘1사 1조직’을 통해 노동자들이 어떻게 단결할지 채워야 할 내용이 많다.” 그는 기아차에서도 지난 2년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노조에서 비정규직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이번 집행부에서는 사내하청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하청줄이기’ 스타벅스·타타대우차 사례

“직접고용하면 서비스 품질 높아져”

“경영효율 떨어진다는 증거도 없다”

 

 

 

2008년 노동부가 조사한 ‘사내하도급 현황’ 자료를 보면, 사내하청 노동자를 쓰지 않고서도 경쟁에 밀리지 않는 기업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 업체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135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는 5명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국제적인 마케팅 전략에 따라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들은 모두 본사에 고용된 정규직이다. 시간제 근로자(파트타이머)의 경우에도 4대보험이 지급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소속감이 높고 직원 재교육이 용이해 서비스 품질이 높아진다”며 “직접 고용은 전 세계적으로 커피 맛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물론 음식·서비스업의 특성상 하청업체를 통해 외주를 줘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스타벅스의 경쟁업체인 커피빈코리아는 직접 고용은 420명에 그친 반면, 1182명을 간접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사내하청 규모가 대부분 원청 노동자 수의 20~40%대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기아자동차 소하리·광주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합하면 1255명으로 두 공장 정규직 1만2337명의 10% 수준이었다. 타타대우상용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331명으로 정규직 903명의 30%대에 이르지만, 해마다 10%씩 정규직 전환을 시행해 사내하청 비율을 줄이고 있다.

 

기아차와 타타대우상용차는 모두 금속노조의 ‘1사1조직’ 방침에 따라 정규직 노조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가입한 곳이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지엠대우자동차 등은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가 따로 존재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내하청을 제한하는 기업이 경쟁업체에 비해 경영효율이 떨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기아차와 타타대우상용차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한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도 발생하지 않는 등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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