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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둘러싼 1070원의 줄다리기 시작

뚝배기92 2010. 3. 30. 15:14

85만 원 노동자들 "시간당 1070원만 올리자"

내년도 최저임금 줄다리기 시작...

노동계 '5180원' vs 경영계 '동결'

 

 

 

" 한 달에 108만 원은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

"시급 4110원에서 동결해야 고용을 유지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1070원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 2일 첫 회의를 열고 90일 동안 심의해 2011년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올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는 시급 5180원.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급 108만2620원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2009년 현재)의 절반으로, 현행 최저임금보다는 1070원(26%) 인상된 금액이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결정된 2010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4110원. 한 달로 환산하면 85만8900원이다.

 

지난해 심의 당시 노동계는 5150원(28.7% 인상)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3770원(5.5% 삭감)을 주장했다. 결국 회의가 몇 차례 연기되는 격론 끝에 올해 최저임금은 110원(2.75%) 인상됐다. 외환위기가 극심하던 1998년(2.7%)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급 4110원, 빚도 못 갚고 등록금도 빠듯하다"

 

최저임금연대는 29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최저임금은 '노동자 생계보장'이라는 법적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지만 하위 20%의 소득점유율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면서 성장우선론에 반박했다.

 

이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미 지난 16일 '2010년 임금조정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경총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근본목적을 달성하려면 최저임금 수준 못지않게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와 영세사업장 보호라는 측면이 동시에 감안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 '동결'의 직격탄을 맞을 '해당 근로자', 즉 편의점·식당 아르바이트, 청소용역 등의 불안정노동자들에게 1070원은 절박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천백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은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면서 지난해 11월 자살한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 조합원은 도시락도 싸오지 못하고 돈을 모았지만 최저임금만으로는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는 장례비용도 남기지 못했다. 동료들은 4일 동안 모금을 벌인 뒤에야 고인을 땅에 묻을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월세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전세는 3000만 원에서 4000만~5000만 원대로 올랐다, 110원 인상은 사실상 동결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고통분담' 여론에 밀렸지만, 기업 순이익이 증가한 올해에 다시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은 중년 여성노동자가 아닌 청년 구직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이때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학생 둘 중 하나는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 "현행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매일 8시간씩 300일을 일해야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등록금 벌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 계약직·파견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정한다. 결국 대학 안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가난한 학생들은 최저임금의 덫에서 돌고 돌게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에 따르면, 그나마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대학가에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수두룩하고, '시급 4000원'이라는 광고가 버젓이 지역 광고지에 실린다. 그는 "이런 현실이 모든 청년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 활동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 "저임금 노동자 위해 최저임금 동결해야"

 

실제로 지난해 소득분배 관련 지표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평균 임금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계층은 449만 명으로 한 해 동안 4% 증가했고, 가계부채는 855조 원을 돌파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는 5.25배로 벌어졌다.

 

한국은행마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공평 분배를 주장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우리는 (요구안에서) 한 푼도 깎을 수 없다, 최후의 생명줄이자 한계 마지노선"이라면서 "4~5월 동안 전국적인 캠페인 등을 집중적으로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심의 일정이 지방선거와 맞물린다. 최저임금연대는 이달말까지 각 정당에 최저임금 인상 및 제도개선 요구를 담은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4월 말 또는 5월 초에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최저임금위원들에게 5월 한 달 동안 직접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체험과 최저임금 당사자들을 인터뷰하는 현지 실태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10.03.29) / 권박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