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소중한 영화
반두비(Bandhobi)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개봉 2009-06-25 |
감독 신동일
출연 백진희(민서 역), 마붑 알엄(카림 역), 이일화(은주 역), 박혁권(기홍 역)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기”
영화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이주노동자와 입시교육에 짓눌린 십대청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중의 하나가 바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일 것이다. 이주노동자, 그것도 피부색이 확연히 다른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차별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내주변의 사람들도 곧잘 이야기 한다.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그것만이 아니다. 길을 걸어가다 지나가면, 한번 더 눈이 가게된다. 그 눈길이 곱지 않다.
무언가 경멸하는 듯한,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눈길이 슥 지나가고 그들 옆을 한 3미터쯤 떨어져서 걸어가게 된다.
내가 사는 곳, 시화공단의 베드타운 정왕동(정왕본동)은 한국사람 반, 이주노동자 반이다. 내가 일하던 공장의 네팔노동자들은 카림처럼 성실하고, 착하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신 똑똑했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무시를 당하고 살 이유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그들부터 찾았고, 억압적인 말투와 지시가 뒤따랐다.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온다는 사실자체가 놀라웠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했다.
영화 보는 내내 불안했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카림을 호통치고, 욕하고 무시할 것 만 같았다.
카림은 결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잡혀 자신의 나라로 추방당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수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가슴에 상처와 아픔을 주었을 것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또 반대로는 멸시와 차별의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감독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자고 한다.
“백인부터 이주 노동자까지 우리나라에만 11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있다고 하더라. 결국 한국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하나, 주인공 민서이야기다.
감독은 애초에 이영화가 고액의 학원비 때문에 부모와 갈등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여고생의 사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입시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폭압적인지를 보여주는 사건 같았다. 그 여고생은 세뇌될 대로 세뇌된 거다. 학원선생이 서울대에 보내주겠다는데, 부모가 학원비를 주지 못하니까 악마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입시에 짓눌린 청소년은 한국사회의 아픈 희생양이다.
그런데 주인공 민서는 좀 되바라져보인다. 17살 소녀로 상정하기에는 충격적인 부분이 많다. 이 영화가 불편한 두 번째 이유다.
이영화가 불편한 세 번째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막 해버린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입과 여러 장면들로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과없이 쏟아낸다.
생각하고, 토론할 여지를 차단해 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를 가지고 이 정권이 파시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니까.”
몇가지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와 감독에게 높은 찬사를 보낸다.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의미를 지닌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더 풍부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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