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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상생협약 시들시들

뚝배기92 2010. 3. 17. 14:07

대-중소기업 상생협약 2년반만에 ‘시들시들’

공정위 평가결과 이행율 55%…시행 뒤 제자리 걸음

재협약도 거의 없어…등급 낮은 기업 비공개 ‘물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촉진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 중인 ‘상생협약제도’가 대기업들의 지원약속 이행 미흡, 평가등급이 낮은 대기업의 성적공개 반대, 평가 이후 재협약 체결 기피, 평가 기준의 객관성 논란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도입 2년 반 만에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공정위는 16일 엘지·두산·롯데 등 3개 그룹 18개 계열사를 상대로 중소기업과 맺은 하도급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이행 여부를 평가한 결과 10개사가 우수·양호 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8개사는 약속이행이 미흡해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지 못했다. 우수등급 기업은 엘지그룹의 화학·하우시스·엔시스 등 3개와, 두산그룹의 중공업·인프라코어·엔진 등 3개, 롯데제과 등 모두 7개사다. 양호등급 기업은 롯데그룹의 칠성음료·햄 등 2개와 엘지생활건강 등 모두 3개사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은 2007년 9월 도입 이후 127개 대기업이 5만2000개 협력사와 체결했는데, 공정위가 협약을 맺은 1년 뒤 대기업의 현금성 결제, 납품단가 인상, 자금지원 등의 상생협력과 공정한 하도급거래 시스템 구축 등의 이행상황을 평가해 양호 이상 등급을 받으면 직권조사·서면실태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2년 반이 지났는데도 대기업들의 지원약속이 상당부분 공수표에 그치면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는 기업들의 비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비율은 55.6%다. 이는 4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전 네 차례의 평가에서 나타난 평균 비율인 60%보다 낮다. 특히 롯데는 평가 대상 7개사 중에서 4개사(57.1%)가 미흡 판정을 받았다. 공정위 하도급총괄과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지난해 경영위기를 맞아 협력업체들에 약속한 자금지원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평가등급이 낮은 대기업들은 아예 자신들의 성적이 공개되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양호 미만 등급 기업들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반쪽 평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공정위는 평가가 끝난 대기업에 다시 협력업체와 상생협약을 맺도록 유도 중인데, 지금까지 재협약을 맺은 대기업은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뿐이다. 삼성물산 등 3개사는 협약 없이 자체적으로 협력업체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에는 감사원으로부터 평가항목 중에서 현금성 결제비율 우수업체 선정기준에 현금·수표 외에 다른 결제수단을 포함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등 평가기준에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협약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기업이라도 아예 협약을 맺지 않은 기업에 견줘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3월17일 곽정수 기자